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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선 기획자, 해방촌에선 요리 콘텐츠 기획 - 황시내

Created
2022/07/21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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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내님,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본업은 판교의 IT기업에서 상품의 서비스 기획을 하며 삶(출근과 퇴근, 회의, 회식 그리고 월급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부업은 넷플연가의 모임지기이자 저의 롤모델 Julia Child 할머니의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함께하는 콘텐츠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판교라는 위치 특성상인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본업의 환경은 눈 떠서 출근하고, 도착하자마자 커피 내리고 팀원분들과 스몰토크를 진지하게(?) 하다가 주로 회의에 소환되곤 합니다. UX/UI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서비스 기획으로, 지금은 Product Design Team에서 Lead 역할이라 상품을 만들기 위해 부서 간 조율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일과 일상을 분리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 경계가 조금은 긍정적으로 무뎌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일과 일상의 밸런스 자체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일상에서는 다른 것보다 '의식주'에 많은 신경을 써요. 그중에 '식'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좋아요. 맛있는 음식을 사이에 둔 대화에서는 주변의 분위기가 한결 유연해지고, 주제의 진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 간의 사이도 한 뼘은 가까워지고요. 요약하자면, 그냥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고 같이 나누며 대화하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Q. 넷플연가 모임지기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요리 콘텐츠 모임들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넷플연가에서 많이 도와주나요?)
저는 거의 넷플연가의 초창기 모임 참여자였던 것 같아요. 많은 멤버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SNS 광고에 홀려 '소공녀' 모임으로 처음 '넷플연가'라는 소셜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어요. 낯설지만 비슷한 멤버분들과 모임을 하면서 제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30여 년 만에 알게 되었어요. 첫 모임만 참여할 줄 알았던 모임을 마지막까지 결석 없이 꼬박꼬박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 같이 계셨던 넷플연가 모임지기분께서 추천을 해주셔서 다음 시즌부터 객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리 콘텐츠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아요. 제가 웬만한 것들에 일단은 'Yes'를 외치는 성격이라 정신을 차려보니 멤버분들 앞에서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알려드리고 있더라고요. 전문으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되게 정신이 없어요. 저는 1인분 요리에 익숙해서 10인분 요리 재료의 양이 가늠이 안 될 때가 많고, 멤버분들이 요리 경험과 관심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모르거든요. 그래도 시즌별 첫 모임에서 원하는 메뉴나 대화하고 싶은 내용을 편하게 말씀해주셔서 매번 시즌과 이벤트들이 잘 진행되었어요. 물론 넷플연가에서도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고 있답니다! 맛과 비주얼과 참여 멤버분들의 만족도를 위해 메뉴와 재료에 되게 많이 신경 써주세요. (그 결과, 제가 먹어보지 못한 요리도 몇 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넷플연가를 하기 전에는 영감과 자극을 위해 열심히 였어요. 전시, 업무 컨퍼런스, 스터디 등등이요. 그런데 그것들이 순간이었지 결과적으로 길게 남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넷플연가 모임지기로 활동하면서 저도 종종 다른 모임들을 가는데요. 그때마다 '아 이런 것들이 있었지.', '이분 나랑 되게 생각이 비슷하네?', '나 이런 거 좋아했었네?' 등등 오가는 대화 사이에서 생각을 많이 하고 돌아와요. 어떻게 보면 넷플연가 모임지기가 업무적인 부분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하나의 도구가 된 것 같아요.
Q. 진행하고 여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참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묘한 조합으로 친해지게 된 분들이 있어요. 모임 주제와 별개로 와인 중독자 또는 미식 원정대 같은 느낌으로 종종 회동했었어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무렵의 날이 참 좋잖아요. 사람은 3명인데 와인병이 6병 정도 비워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아주 작은 규모의 다른 모임에서는 마지막 회차에 딱 한 분의 멤버만 참석하신 거예요. 그래도 모임은 진행해야 하니까,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그다음은 둘이서 파티에 갔어요. 때마침 할로윈데이였거든요. 하하. 그분께서 주섬주섬 꺼내주신 선물 봉투에 빼곡히 적힌 손편지를 받고 정말 정말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Q. 넷플연가에서의 활동이 시내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묘한 자부심이 있어요. 커뮤니티의 하나의 주제, 하나의 모임 속에서 모임지기를 한다는 것에요. 솔직하게 개인적으로 득이 되는 부분은 네트워킹이에요. 본업의 업무에도 도움이 된 경우도 있고, 매일 똑같은 직선의 일상만 지낼 때는 접할 수 없는 다른 장르의 친구가 생긴 것도 그렇고요. 살아가면서 새로운 한 명의 타인을 만난다는 것이 상당히 큰 기회와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넷플연가에는 그런 부분들에 이끌려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넷플연가를 통해 나누는 깊은 대화들이 제 일상의 비워진 부분들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줘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예전보다 조금은 더 이타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상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저의 낮은 목소리가 긴 시간 동안 콤플렉스였어요. 넷플연가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어떤 분이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안정감이 있다고. 이렇게 넷플연가에서는 내가 모르는, 나만 미워했던 스스로의 좋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Q. 앞으로 넷플연가를 통해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하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을 거예요. 새로운 만남과 그에 따른 변수에 일단은 'Yes'를 하고 볼 것 같아요. 일상의 부족한 틈을 견고하게 채워나갈 수 있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대화, 그리고 함께 하는 멤버분들이 굳이 꼬박꼬박 오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요리 모임도 기대해주세요.